저작권자 ⓒ 인천일보담배 밀수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업자로부터 1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KT&G 인천공항지점장의 혐의를 입증해 줄 유력한 증거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증인으로 나온 업자도 증거를 중심으로 추궁이 계속되자 결국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14일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재욱)의 심리로 열린 KT&G 인천공항지점장 강모(48)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는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의 주범인 Y마린 대표 김모씨와 김씨의 처 남모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남씨는 Y마린에서 경리로 일해 왔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강씨가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증거로 남씨가 업무상 작성해 온 '수첩'을 제시했다.
수첩에는 '2월4일 금고서 6100만원 꺼내서 강 지점장에게 찻값 → J상사로 송금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메모를 근거로 "김씨가 Y마린 금고에 있는 6100만원을 강씨에게 전달하고, 강씨가 그 돈으로 J상사 명의로 된 에쿠스 차량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자신이 타왔던 에쿠스를 강씨에게 무료로 넘기는 과정에서 합법적인 중고차 거래인 것처럼 꾸미려고 보험료와 등록비를 포함한 차량 대금 6100만원을 강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수첩에는 3월25일부터 6월30일까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20만원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강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메모가 기재돼 있었다.

남씨는 "남편이 강 지점장에게 줄 돈이라고 해서 적어놨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남씨에 이어 증인신문을 받은 김씨는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했다.

그러나 재판장이 "기억이 없다고 해서 위증죄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하자 김씨는 "사실은 차량 대금을 대납해준 게 맞다. 또 외국에 유학 간 강씨의 자녀들의 학자금 명목으로 돈을 몇 차례 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강씨에게 금품을 건넨 이유에 대해 "면세 담배 구입 등과 관련해 강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9월25일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강씨는 면세 담배 대량 공급 등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Y마린 대표 김씨로부터 에쿠스 구입비 등을 대납받는 등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차례에 걸쳐 1억39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